[Diary] 2025년 조금은 이른 상반기 결산
나이를 한 살 두 살 먹어갈수록 시간이 참 빠르게 흘러간다.
벌써 2025년 6월이 시작되었다.
2025년 상반기 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대체적으로 나쁜 일이 가득하다.
다 쓸 수는 없겠지만 몇 개 추슬러서 기록해보고자 한다.
시간이 지나 이걸 보고 있을 내가 그때는 웃으면서 그때는 그랬지 하고 볼 수 있기를
퇴사
이전 글에도 회사가 어렵다는 내용을 작성했었다.
여러 내용을 다 제쳐두고 핵심만 쏙 말하자면 다니고 있던 회사에서 2024년 1월부터 임금이 밀리기 시작하였다.
나는 1년 5개월 임금체불 기간을 가졌고 중간중간받은 돈으로 4개월치 급여는 해결이 된 상태이다.
생계비 융자 대출, 사업주 융자 대출과 같이 나라에서 지원해 주는 제도는 다 이용했다.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 있었지만 나는 서비스를 애정하는 마음에 그냥 외면할 수 없었다.
살리고 싶은 마음이 있어 임금체불인 상태로 버티면서 일하였고 회사에 돈도 빌려주었다.
내가 겪은 이 상황을 얘기하면 다른 사람은 미친 사람으로 생각할지도 모른다.
애정이 있었고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버티고 또 버텼다.
실제로 받은 돈은 없지만 소득 신고가 되니 학자금 대출 상환, 아파트 재계약 갱신 시 보증금 인상 등
여러 가지 금전문제가 발생했다.
이 시간이 너무 길어지니 당장 내 생활에도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티고 또 버텼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2025년 5월
5월에는 해결이 될 거 같다던 보스의 말을 믿고 5월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버텼다.
5월 마지막 주가 되었을 때 들려오는 좋은 소식이 없어 보스와 면담을 하였다.
나는 '5월 중으로 투자를 받을 수 있나요?' 여쭤봤고
돌아온 보스의 대답은 '솔직한 얘기로 투자하겠다는 기업이나 사람은 있는데 정확한 시기가 언제가 될지 모르겠다.'라고 하셨다.
더는 현실 생활이 불가능하여 보스께 5월 중으로 해결이 안 되면 퇴사를 해야 될 거 같다고 말씀을 드렸다.
6월 2일에 사무실로 출근하여 짐을 정리하고 사용하던 맥북을 포맷하고 마무리하였다.
보스는 마지막 부탁으로 회사가 드라마틱하게 잘되면 다시 와줄 수 있냐고 물어보셨고
나는 그때의 내가 그냥 준비만 하고 있는 상태라면 OK라고 했다.
그렇게 나는 2년이라는 시간을 꽉 채우고 퇴사를 했다.
못 받은 임금과 빌려드린 돈을 합치면 금액이 크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솔직한 말로는 막막하다.
개발자로 취업도 어렵고 당장 공부하면서 버틸 돈도 없다.
길게 산 인생은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바닥을 칠 수 있을까..
너무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그래도 태어난 인생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실업급여와 간이대지급금을 신청해서 급한 불은 끄고 근근이 살아보고자 한다.
시간을 돌려 다시 그때의 나로 돌아간다고 해도 아마 나는 똑같은 선택을 했을 거 같다.
정말 열심히 일했고 애정을 쏟았다.
답답하고 두렵고 불안하기도 하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
정말 미친 듯이 다 쏟아서 훌훌 털고 나올 수 있었다.
이제는 비록 소속된 몸은 아니지만 회사가 잘되었으면 좋겠다.
제공하는 서비스가 정말 필요한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엄마와의 이별
2025년 4월 3일 사랑하는 엄마가 돌아가셨다.
집에 혼자 계실 때 갑자기 쓰러지셔서 돌아가실 줄 몰랐다.
지켜드리지 못한 죄책감과 믿을 수 없는 현실과 슬픔
이 모든 걸 어떤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안 좋은 일에 정말 최악으로 안 좋은 일까지 생겨버리니 웃으면서 버티던 나도 웃을 수 없었다.
거짓말이라고 믿고 싶었고 그냥 너무 비참해졌다.
엄마는 2024년 1월에 쓰러지시고 길지 않은 입원 생활을 하신 뒤 퇴원하셨다.
점점 건강을 회복하신다고 생각했는데 마음의 병이 깊으셨던 거 같다.
마음의 병이 너무 크니 몸이 더 이상 건강해지지 않았던 거 같다.
한번 더 연락하고 한번 더 만나서 맛있는 거 사드릴걸
조금 더 예쁘게 말하고 조금 더 다정하게 대해드릴 걸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왔다.
이 내용은 작성하면서도 자꾸 멈칫하게 되고 슬픔에 잠기게 된다.
10년이 지나야 그냥 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엄마 이제는 천국에서 힘들지 않고 평안하고 행복하게 사세요.
이 세상에 사시는 동안 너무너무 고생 많으셨어요.
항상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앞으로의 나는?
솔직하게 잘 모르겠다.
슬픔에 잠겨 한없이 슬퍼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힘을 내서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도 애매하다.
슬퍼하자니 이렇게 있어도 되나 싶고 힘을 내자니 전처럼 힘이 잘 나지 않는다.
다들 열심히 사는 거 같은데 점점 더 도태되는 생각이 든다.
근데 뭐.. 그냥 또 자고 먹고 똑같이 살다 보면 그냥 그렇게 살아지는 거 아닐까
지금은 다른 사람과 비교할 때가 아니라 내가 다시 잘 일어서서 나아갈 수 있도록 재정비하는 시간을 갖는 게 중요한 거 같다.
열정과 힘을 전처럼 낼 수는 없더라도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보려고 한다.
나에게 쉬는 시간을 주고 또다시 일어나려고 하면 그때는 또 힘을 내서 더 열심히 앞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나는 20살에 취업해서 6년을 한 직장에서 일하고 그 이후에도 이직하면서 계속 일했다.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잘하는 게 무엇인지 찾기 위해서
주경야독으로 4년제 대학으로 입학해서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까지 했다.
대학에서 처음 배워본 프로그래밍의 매력에 빠져 개발자가 하고 싶다는 마음하나로
그동안 쌓은 경력을 다 버리고 국비학원에서 6개월 동안 정말 열심히 배우고 공부해서 개발자로 취업하게 되었다.
나는 정말 정말 열심히 살았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인정해 주는 그런 멋진 인생이다.
살다가 많은 장애물을 겪고 힘든 일을 겪었지만 이렇게 내가 무너질 만큼 견디기 힘든 장애물은 처음인 거 같다.
또 이렇게 인생을 배우는 시간을 가지는 거 같다.
많이 힘들고 아프지만 이 시간을 통해 더 단단해지지 않을까
지금은 잠시 내려놓고 나를 돌봐주는 시간이 필요할 거 같다.
그 이후에 또다시 열심히 살아가려고 한다.